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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원리를 이해,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블로그입니다.

  • 2025. 4. 4.

    by. 리움100

    목차

      몸의 숨은 네트워크: 근막

       

      우리 몸은 뼈와 근육, 신경계, 혈관 등 다양한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모든 것을 통합하여 서로 연결해 주는 핵심 조직이 있으니 바로 근막(Fascia) 이다. 근막은 얇고 투명한 결합조직으로서, 근육, 뼈, 장기, 신경, 혈관을 감싸며 전신을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묶어낸다. 흔히 사람들은 근육이 몸을 움직인다고 알고 있지만, 정작 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근막이 유연하거나 탄탄하지 않으면, 근육 움직임 자체가 원활해지기 어렵다. 근막은 속 깊은 곳에서부터 내부 장기까지 촘촘히 연결되어, 몸의 구조적·기능적 협응을 담당한다.

       

      최근 들어 근막 연구가 급증하면서, 이전에는 단순한 ‘근육의 덮개’ 정도로 여겨졌던 근막이 사실상 몸 전체를 통합하는 중요한 조직임이 밝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쪽 발바닥의 족저근막염이 허리 통증이나 목 디스크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은 근막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근막은 단지 특정 부위의 국소 조직이 아니라, 신체 모든 부위에서 미세한 텐션을 조율하며 움직임의 연속성을 만들어내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필라테스에서 말하는 중심화(Centering)와 정렬(Alignment), 분절적 움직임(Articulation) 등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근육 크기나 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속에서 시작되는 움직임’**이 바로 근막 레벨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필라테스와 근막 해부학 

       

      조셉 필라테스(창시자)가 ‘Contrology’라 부르던 필라테스 운동은,
      원래부터 몸의 전반적인 기능 회복과 재활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는 “몸 전체가 하나의 유기적 조직으로서 움직여야 한다”는 가치를 강조했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근막 이론과 필라테스는 밀접하게 접합된다.


      필라테스의 동작은 ‘분절적 척추 움직임’ 이나 ‘코어 안정화+사지 협응’ 같은 요소를 통해,
      뼈-근육 사이에 있는 근막의 유연성과 탄성을 확장시킨다.

       

      예를 들어, 롤다운(Roll Down) 동작을 할 때, 우리는 척추를 하나하나 분절하면서(Articulation)
      흉곽, 요추, 골반저근, 햄스트링, 발목 근막까지 서서히 늘리고 조이는 감각을 체험한다.


      이는 단지 근육을 스트레치하는 것이 아니라, 근막이 자연스럽게 길이 변화를 일으키며
      신경계와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이기도 하다.


      근막은 콜라겐 섬유와 엘라스틴(Elastin) 같은 섬유소로 구성되어 탄성을 지니기 때문에,
      규칙적인 필라테스 동작을 반복하면 이 탄성이 서서히 개선되면서 몸이 움직임에 즉각 반응하는 능력이 높아진다.

       

      또 다른 예로, 브릿지(Bridge)데드버그(Dead Bug) 같은 코어 안정화 동작을 수행할 때,
      장요근(iliopsoas) 근막, 복횡근(transversus abdominis) 근막, 요추부 주변 근막 등이 협업하여
      허리와 골반을 지지하는 기초 구조를 형성한다.


      이때 단순히 근력으로만 버티는 것이 아니라, 근막이 적절히 긴장을 유지하며
      정렬(Alignment)을 안정적으로 고정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근막 상태가 좋지 않으면(유착, 탄성 저하, 만성 긴장 등),
      아무리 근력이 강해도 허리 통증이나 골반 틀어짐이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결국 필라테스의 원리들(호흡, 조절, 정확성, 흐름, 중심화, 집중)과 근막의 기능은
      **“몸을 전체적 흐름 속에서 움직이도록 한다”**는 공통 목표 아래 완벽히 조화롭게 맞물려 있다.

       


       

      속에서 시작되는 움직임

       

      “움직임은 겉이 아니라 속에서 시작된다”라는 말은,
      근육의 표면적 힘이나 ‘보디빌딩식’ 근력 강화보다
      내부 구조(근막, 심부 근육, 신경계 조절)에 초점을 맞추는 필라테스 철학을 잘 설명한다.


      근막 연구가 더 발전하면서, 우리의 신체 움직임은 큰 근육 수축보다
      먼저 근막 라인(Fascial Lines) 이 미세하게 텐션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시작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텐션이 신경계를 통해 각 관절과 근육에 시그널을 보내고,
      결과적으로 표면 근육이 수축-이완하는 ‘보이는 움직임’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Proprioception(고유수용감각)” 이라 할 수 있는데,
      근막은 이 감각에 주요 역할을 담당한다.


      겉에서 보기에는 다리를 움직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발바닥 근막부터 허벅지, 골반, 척추, 어깨 라인까지
      하나의 ‘근막 체인(Fascial Chain)’으로 연결되어 미세한 반응을 일으킨다.


      필라테스에서 로울링(롤러나 소도구 활용), 숄더 브릿지, 캐딜락 스트레칭 등을 할 때,
      짧은 구간만 집중해 스트레칭하는 것보다 전신 연계를 고려해 접근하는 이유도 근막 때문이다.


      근막이란 결국 “부위별 근육을 나누기보다는 전신을 하나로 보라”는
      필라테스 철학을 해부학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근거가 된다.

       

      또한 필라테스의 코어 안정화는 근막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복횡근, 골반저근, 다열근, 횡격막 등이 서로 긴밀히 작동하면,
      이들 근육을 감싸고 있는 근막 구조가 “내부에서부터 등과 척추, 골반을 단단히 지지”한다.


      그래서 센터드 필라테스의 핵심 원리인 ‘중심화(Centering)’
      어떤 근막 라인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필라테스 동작으로 그 기능을 회복하거나 강화하는 전략과 직결된다.


      이는 허리 통증 재활, 골반 정렬 교정, 임산부 혹은 산후 회복 운동 등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근막과 필라테스의 관계|움직임은 겉이 아니라 속에서 시작된다

       


       

      실전 통합 & 감각 훈련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근막 관점의 필라테스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핵심은 ‘전신 통합(Whole Body Integration)’‘섬세한 감각 훈련(Somatic Awareness)’ 이다.


      우선 풋워크(Footwork) 같은 동작을 할 때, 단지 발을 밀어내는 힘만이 아니라,
      발바닥부터 종아리, 허벅지, 골반, 척추를 둘러싼 근막 라인이 어떤 느낌으로 이어지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리포머(Reformer) 기구를 사용해 발판을 누르면서 다리를 뻗을 때,
      내측과 외측 아치가 균등하게 작동하는지,
      골반이 좌우 또는 전후로 기울어지지 않는지,
      허리가 과도하게 굴곡·신전되지 않는지 등을 세밀하게 체크한다.

       

      이때 단순히 “똑바로 유지하라”는 큐잉이 아니라,


      “발바닥 안쪽 아치를 통해 종아리 근막이 올라오고, 무릎과 허벅지 앞면을 지나 골반 저부로 이어지는 감각을 느껴보세요”라든가,


      “내쉬는 숨에 복횡근과 골반저근이 함께 수축되면서 허리 뒷면 근막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느낌을 찾아보세요” 같은 감각 중심의 가이드가 효과적이다.


      이런 식의 동작·해부학적 상상·근막 연결 고리에 대한 지식이 융합되면,
      우리는 움직임마다 작은 이완과 긴장을 감지하며,
      잘못된 보상 작용(예: 어깨를 치켜세움, 허리를 꺾음)을 조기에 교정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폼롤러(Foam Roller), 테라밴드(Thera-Band), 마사지볼 등을 사용하는 근막 릴리즈 기법도 필라테스 수업이나 개인 훈련에서 보완 요소로 활용된다.


      근막 이완을 통해 근막 결이 매끄럽게 정돈되면,
      근육과 관절도 움직임에 수월하게 반응하게 되고, 전체적인 체형 교정 및 통증 완화 효과가 높아진다.


      이를 통해 얻어지는 궁극적 이점은, “움직임이 속에서부터 부드럽게 시작되는 경험” 이다.


      결국 근막과 필라테스의 관계는, 단발적인 스트레칭이나 근력 운동이 아니라
      몸을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인식하고 세밀한 감각을 깨우는 장기적 프로젝트
      라고 할 수 있다.